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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메아리 (4) (완결)

ONEHAND 2018.07.19 19:00

    마스터의 웃음소리가 칵테일 바에 메아리쳤다. 그의 웃음소리는 너무나 기괴스러웠다. 박 중사와 최 중위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들은 마스터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다지 유쾌한 내용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저는 7년 전에 제 아내와 결혼을 했었어요. 그녀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서 신장 투석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죠.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해야만 했기에 신혼여행 이후로는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기로 했죠. 고가의 신장 투석기도 어렵게 빌렸고요.”

    마스터는 돈에 쪼들렸지만 나름의 행복을 지켜낼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맑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펜션에 묵기로 했어요. 우리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남들처럼 산책도 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돗자리 깔고 누워서 별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오랜만에 멀리 외출을 해서 그랬는지 그녀는 기분이 매우 들떠 보였어요. 평소에는 통증 때문에 잘 웃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웃으면서 대답해주었거든요.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지만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어느새 마스터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그는 바카디 151을 스트레이트로 한 잔 마셨다. 알코올 75.5%의 바카디 151은 보통 바텐더가 불 쇼를 보여줄 때 사용하는 술이다.

    “우리는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휴가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매일 밤늦게 퇴근하며 일을 미리 해두었지만, 휴가 당일에 문제가 발생해서 반나절이나 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었어요. 다행히도 평소보다 서툴고 초조해하는 저의 모습을 직장동료들이 눈치채고 도와주었기에 간신히 출발할 수 있었어요. 이미 일주일 정도 매일 야근을 한 탓에 육체적으로는 피곤했지만, 그 정도는 우리의 여행에 방해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와드득, 아드득.’ 조금 전에 마신 바카디151에 놀란 목구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인지 그는 커다란 얼음을 그대로 입에 넣어 깨물어 먹었다. 그의 숨소리는 다소 격양되어 있었다.
    “일부러 성수기가 끝나갈 무렵을 택한 덕분인지 펜션에 머무는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어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펜션으로 여행용 가방과 투석기구까지 옮기고 나니 그동안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녁 식사 준비는 아내에게 맡기고 저는 먼저 샤워를 하기로 했죠.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탁자 위에 쪽지가 남겨져 있었어요. ‘창밖의 초록 친구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요. 금방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창밖을 바라보니 그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풀잎과 나무들에 인사하고 있었어요. 저는 얼른 들어오라고 소리쳤지만, 그녀는 아직 인사를 나눌 친구들이 남았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어요.”

    마치 허공을 바라보듯 이야기를 하던 마스터는 박 중사의 눈을 마주 보았다. 갑자기 눈이 마주친 박 중사는 조금 놀랐지만, 마스터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엉뚱하지만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그녀와 여행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저는 캔맥주를 마셨어요. 그리고 그녀와 어떤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식전에 마신 맥주라서 그런지 취기가 빠르게 올라오는 것이었죠. 그렇게 시야가 희미해지면서 눈을 감았던 것 같아요.
    다시 눈을 떠보니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났고, 시계를 확인해보니 새벽 6시였어요. 탁자 위에 준비된 식사와 메모는 그대로 있었고요. 그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 거죠. 저는 곧장 112에 신고했어요.”

    박 중사와 최 중위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음을 예상하였다. 게다가 최 중위는 벌써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마스터가 지켜내려고 했었던 행복이라는 촛불이 힘을 잃고 꺼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실종신고는 할 수 있었지만 특별한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펜션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죠.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숨이 멈춘 채로 흙투성이가 된 아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경찰의 조사결과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급성 신부전증이었어요. 그 외에도 발목 염좌와 몸 전체에 약간의 타박상이 있었죠.
    발견 당시의 주변 상황으로 추측 해보건대, 산책로에서 발을 잘못 디뎌 굴러떨어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급성 신부전증이 발생한 그녀는 투석 시기를 놓치고 영원히 눈을 감은 것이겠죠. 그녀의 긴박했던 메아리를 저는 전혀 듣지 못했던 거예요….“

    “저는 무엇이 그녀를 산책로 밖으로 이끌었을지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장례를 모두 마치고 다시 그곳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그녀가 발견되었던 지점 근처의 산책로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든 것처럼 흙바닥이 깊게 파여 있었고, 주변은 각종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덮여 있었어요. 그녀는 이름 모를 야생화를 자세히 보려다가 그곳에 발이 빠졌고 그대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보였어요.
    참 얄궂게도 그곳에 왜 함정 같은 것이 있었는지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드디어 그 이유를 알았네요. 4년 전 그날, 누가 산정호수 근처의 산책로에 함정을 파 놓았었는지. 크하하. 하하하하!“

    마스터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칵테일 바를 가득 채웠다. 이야기를 마친 마스터는 오른손의 얼음송곳을 꽉 쥐었다. 최 중위의 얼굴이 굳어졌고, 박 중사는 온몸의 털이 서는 것을 느꼈다. 박 중사의 맥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그는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최 중위가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푹, 푹, 푸욱. 바닥에는 붉은빛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최 중위의 비명은 건물 밖으로 벗어나지 못했다. 마스터는 숨을 고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아…. 이제야 당신의 메아리에 대답해줄 수 있게 되었어. 내가 곧 만나러 갈게….”



(완결)





● 본문에 삽입된 표지는 포천 막걸리체를 사용하여 디자인 되었습니다.

●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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