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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고들 옹 (3)

ONEHAND 2018.09.15 15:55

[단편소설] 고들 옹 (1)
[단편소설] 고들 옹 (2)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기도 했고, 고들 옹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생일잔치는 끝을 맺었다. 모두가 돌아간 뒤 고들 옹은 다시 상자를 열어 쿠드롱의 당구채를 살펴보았다. 조금 전에 기절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으니 조그만 흠집이라도 생겼을 법했지만 당구채는 멀쩡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당구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요즘 들어서 당구에 대한 열정이 식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쿠드롱의 당구채 덕분에 의욕이 샘솟는 것 같았다. 고들 옹은 이대로 잠들기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이었지만, 쿠드롱의 당구채를 들고 개인 당구 연습장으로 향했다.


    고들 옹은 그날부터 당구 연습장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매 끼니를 당구 연습장에서 먹고, 침기구를 들여와서 잠도 잤다. 매일 밤낮 구분 없이 당구연습에 심취했다. 그녀의 가족들도 처음에는 쿠드롱의 당구채를 받은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다시 당구에 재미가 들린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당구에 대한 집착은 강해졌다. 한 달 만에 애니블리(anyvely)가 찾아왔을 때 고들 옹의 겉모습은 매우 초췌해져 있었다.
    "고들...옹?"
    "언니, 오랜만이네요. 헉헉...."
    "너 얼굴이 왜 그래? 그리고 땀은 왜 그렇게 흘리고 그래?"
    "제가 연습을 조금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하하...."

    그녀는 손님이 왔음에도 여전히 당구채를 손에서 놓지 않고 샷 연습을 했다. 애니블리의 눈앞에 있는 고들 옹의 모습은 한 달 전과 많이 달랐다. 매끄럽던 머리카락은 거칠어졌고, 광채가 나던 피부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 몸은 앙상해져 있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애니블리는 고들 옹의 손목을 잡았다.
    "고들 옹!"
    "네? 손목은 갑자기 왜 잡아요?"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당구연습을 하는 거냐고!"
    "아.... 아직 얘기를 못 들으셨구나. 저 이번에 세계 여자 3쿠션 선수권대회에 나가기로 했어요."
    "갑자기 대회를 나간다고?"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연습하는 중이니까 이것 좀 놔줄래요?"

    고들 옹은 애니블리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팔을 흔들었다. 애니블리는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들 옹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애니블리가 더 강한 힘으로 고들 옹의 손목을 구속하자 고들 옹은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 과정에서 고들 옹의 손목은 애니블리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애니블리가 당구채에 맞으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꺄악! 으.... 아파...."
    "제가 놓으라고 말할 때 놓았어야죠. 안 그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뭐라고? 너 정말 미친 것 아니니?"
    고들 옹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자세를 잡으며 샷 연습을 시작했다. 애니블리는 너무나 황당해서 아픔도 잊은 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초점을 잃은 것 같은 눈동자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구에 집착하는 고들 옹을 뒤로하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세계 여자 3쿠션 선수권대회 결승전 당일. 취미로 선수 생활을 하던 고들 옹은 단기간에 국내 랭킹 상위권에 진입하며 세계 대회 출전권을 얻어낸 것으로 이미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세계 대회에서도 연승을 이어가며 스스로 '당구의 여신'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경기장에 입장하자 수많은 취재진이 인터뷰하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빌리아드 타임즈의 구라퍼(gurapher) 기자입니다. 고들 옹 선수! 현재 많은 당구 팬들의 주목을 받고 계시는데요. 은퇴한 쿠드롱 선수처럼 빠르고, 정확하고, 부드러운 샷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혹시 비결이라도 있을까요?
    "그런 칭찬이라면 정말 감사합니다. 그저 누적된 연습량 덕분이지 않을까요?"
    "이번 경기에서는 특별한 당구채를 사용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세계 대회의 결승전인 만큼 제가 가장 아끼는 당구채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행운의 부적 같은 당구채라서요. 하하."
    "마지막으로 경기에 임하시는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쿠모모(kumomoクモモ : 거미) 선수에게 잊지 못할 경기를 만들어 주겠습니다!"

    결승전 경기의 진행은 세트별 15점을 먼저 취득하는 선수가 승점을 가져가며, 3세트를 먼저 이긴 선수가 최종적으로 우승하게 된다. 고들 옹의 결승전 상대는 일본의 쿠모모(kumomo) 선수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거미처럼 상대방을 자신의 실력으로 주무르며 서서히 지치게 만들어 승점을 따내는 경기운영을 보여준다. 이와 반대로 고들 옹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부드러운 샷으로 난구를 풀어내는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의 개성은 다르지만 누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결승전 경기는 전 세계 당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들 옹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카메라 앞에서 쿠모모(kumomo) 선수와 악수를 했다. 서로를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때 쿠모모(kumomo) 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진심으로 경기에 임하겠습니다."
    "얼마든지요. 마음껏 해보시죠. 큭큭크...."





(계속)




[단편소설] 고들 옹 (4)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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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 등장하는 고유명사, 인명 등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 소설 쓰기 연습 중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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