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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고들 옹 (2)

ONEHAND 2018.09.15 15:50

[단편소설] 고들 옹 (1)

    "이게 뭐지? 누가 보낸 거야?"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누가 보냈을지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봉쥬르곰씨(bonjourgomc)가 보낸 선물은 아닐까? 오늘 참석 못 했으니까 선물만 보냈을 수도 있잖아."
    "맞아. 그런 거겠지. 굳이 퀵 서비스까지 이용해서 보낸 걸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뭔지 궁금하다! 빨리 열어 봐."
    "그래도 보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잖아?"
    의문의 상자를 두고 각자 의견을 내면서 분위기는 소란스러워졌다.
    "음.... 일단 나한테 온 물건이니까. 내가 열어 볼게."
    "그거 자물쇠로 잠겨 있는데?"
    상자의 자물쇠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고들 옹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일 0727을 입력하자 잠금이 해제되었다. 너무나 쉽게 자물쇠는 풀렸지만,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상자의 봉인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


    "뭐야? 안에 뭐가 들어있어?"
    "말 좀 해봐! 왜 그렇게 굳어 있어."
    "궁금해 죽겠네. 뭔데 그래?"
    벌컥. 궁금함을 참지 못한 지인들은 상자의 뚜껑을 활짝 열었다. 상자 안에는 파손되지 않도록 잘 포장된 당구채와 편지로 추정되는 종이가 들어있었다. 고들 옹은 떨리는 손으로 접혀있는 종이를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To. 고들 옹

    당구를 사랑하는 고들 옹께 제가 아끼는 당구채를 선물로 보냅니다. 이미 당구채를 보시자마자 눈치채셨겠지만, 이것은 몇 년 전 은퇴한 프레드릭 쿠드롱 선수의 애장품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입니다. 누구보다 쿠드롱 선수를 존경하고, 당구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고들 옹께서 당구채의 새로운 주인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종이에는 붉은 글씨로 상자의 내용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 당구채는 실제로 프레드릭 쿠드롱 선수가 은퇴하기 전까지 사용하던 것이 분명했다. 매일 쿠드롱의 경기 영상을 복습했던 고들 옹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허걱? 이거 진품 맞아?"
    "종이에 쓰인 게 정말이면 대박인데!"
    "뭔가 수상한데.... 정말 쿠드롱이 쓰던 당구채라면 엄청 비싸지 않아?"
    "맞아. 그렇게 비싼 물건을 보낸 사람도 알리지 않고 보냈어. 나라면 엄청 생색냈을 텐데,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다."
    고들 옹은 지인들이 각자 던지는 한 마디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놓여있는 당구채는 쿠드롱의 그것이 분명했고, 누가 보낸 것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돈으로 구할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을 얻음으로써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이건.... 내가 보기에 진품이 맞아. 나도 몇 년 전의 애장품 경매에 참여했었거든. 그때의 나는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이 당구채를 낙찰받으려고 했었어. 내가 쿠드롱 선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잖아?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어떤 노신사가 나타나서 호가를 높이더니 결국에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낙찰받았어. 그리고 그 이후로 쿠드롱의 당구채는 누가 가져갔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어."

    고들 옹은 숨을 크게 쉬더니 상자에서 당구채를 꺼내 들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반사하는 당구채의 모습은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Longoni Custom Pro Armonia by Frédéric Caudron Carom Billiard Cue 검은색의 몸체를 가진 그것은 손잡이 부분에 진품임을 증명하는 화려한 은색 문양과 각인 등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당구채를 잡은 채 눈을 감았다. 잠시 쿠드롱의 지난 경기장면들을 떠올려 본다.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경기에서 샷 인터벌이 매우 짧고, 끌어치기에서도 아주 부드러운 샷을 보여주는 쿠드롱은 당구의 신에 가까운 존재였다. 비록 서로 다른 장소에 있지만, 그가 사용하던 당구채를 손에 들고 있으니 고들 옹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고들 옹! 눈 좀 떠봐!"
    찰싹. 고들 옹은 누군가 뺨따귀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에 감았던 눈을 떴다. 눈앞에는 애니블리(anyvely)가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생일잔치에 참석한 모두가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그녀는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괜찮아? 너 방금 기절했었어!"
    고들 옹은 쿠드롱의 당구채를 양손으로 집어 들자마자 정신을 잃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주변에 있던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친 곳은 없었다.
    "제가 기절했었다고요?"
    "그래!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어휴.... 그래도 어디 부딪친 곳은 없어서 다행이다."
    "아.... 저는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생일잔치 기획하느라 잠을 못 잤더니 피곤해서 그랬나 봐요. 하하...."
    "고들 옹이 너무 무리했나 보다. 오늘은 이만 정리하자."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기도 했고, 고들 옹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생일잔치는 끝을 맺었다. 모두가 돌아간 뒤 고들 옹은 다시 상자를 열어 쿠드롱의 당구채를 살펴보았다. 조금 전에 기절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으니 조그만 흠집이라도 생겼을 법했지만 당구채는 멀쩡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당구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요즘 들어서 당구에 대한 열정이 식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쿠드롱의 당구채 덕분에 의욕이 샘솟는 것 같았다. 고들 옹은 이대로 잠들기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이었지만, 쿠드롱의 당구채를 들고 개인 당구 연습장으로 향했다.




(계속)




[단편소설] 고들 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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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 등장하는 고유명사, 인명 등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 소설 쓰기 연습 중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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