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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고들 옹 (1)

ONEHAND 2018.09.15 15:45

    2038년 7월 27일. 고들 옹의 나이는 만 48세가 되었다. 그녀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스티미언(Steemian)이 모이기로 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던 그 날, 고들 옹은 돌연 전 재산으로 스팀 파워(STEEM POWER)를 구매하며 전업 스티미언이 된 것을 선언했다. 행운의 여신이 그녀를 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윽고 스팀(STEEM)의 시세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시세가 안정된 현재 1 스팀은 원화 가치 1,500만 원에 이르렀다. 덕분에 그녀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2030년 스팀잇(Steemit)은 다음 세대 SNS에 자리를 내어주면서 사라졌지만, 스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DAPP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스팀의 가치는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고들 옹'은 그녀의 스팀잇 닉네임에서 따온 애칭이다. 그녀는 처음 스팀잇에 가입하고 '당구 여신 쿠드롱'으로 활동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배웠던 당구가 제법 적성에 맞았는지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모습 때문에 '리틀 쿠드롱'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었다.
    이제 쉰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이웃 스티미언들은 장난스럽게 '고들 옹'이라는 애칭을 지어 주었다. 그런 그녀가 스팀으로 벼락부자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개인 당구 연습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온종일 당구에 빠져 살았지만, 생각보다 실력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고들 옹! 생일 축하해."
    "어머, 언니! 이번 생일잔치에도 와줘서 고마워요."
    "자, 여기 선물도 있다고. 호호."
    그녀의 생일잔치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애니블리(anyvely)였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any'와 'lovely'를 합친 닉네임이다. 비록 스팀잇을 통해 만났지만,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되어서 친자매로 오해하는 스티미언도 있었다.
    "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무려 20년이나 되었네?"
    "정말요? 그래도 여전히 반가워요. 그동안 얼굴이 질리도록 봤는데도 말이에요. 큭큭."
    "그런데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매년 생일잔치를 혼자서 기획하고 그러니?"
    "제가 왕년에는 밋업여신이라는 별명도 있었는걸요! 푸하하."

    애니블리(anyvely)의 등장을 시작으로 20년 지기 우정을 자랑하는 스티미언들이 고들 옹의 생일잔치 장소에 속속 도착했다. 생일잔치에 참석한 모두가 육체적으로는 쇠약해졌지만, 마음만큼은 2018년의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자리에 앉아주세요! 이제 다 모인 것 맞죠? 음.... 저기 빈 자리는 누구죠?"
    "음, 그게 말이야. 봉쥬르곰씨(bonjourgomc)는 어제 저글링 하면서 (오징어) 땅콩과자 먹는 묘기를 연습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갔대."
    "에? 그게 정말이야?"
    "땅콩과자가 목구멍에 콕 박혀서 숨을 못 쉴 뻔했다나 뭐라나. 지금은 일반 병동으로 옮겼다고 들었어. 뭐, 아무튼 그랬대. 우리 나이에는 항상 조심해야지."
    "에구구.... 이따가 연락해 봐야겠다."
    르곰(legom)은 봉쥬르곰씨(bonjourgomc)가 고들 옹의 생일잔치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입원 소식에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지만, 이내 고들 옹은 특유의 활기찬 기운을 뿜어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자자, 다들 주목! 마피아 게임 하는 것도 아닌데, 고개는 왜 숙인 거예요. 별일 없을 테니 우리는 신나게 놀아보자고요! 우하하."
    그녀의 주도 아래에 게임이 진행되었다. 흡사 방탈출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게임들은 그들을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게 하고, 어려운 퍼즐로 머리를 아프게 하고,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하며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들 지쳐갈 때쯤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띵동.
    "퀵 서비스입니다! 고들 옹씨 계신가요?"
    "네, 제가 고들 옹입니다만...."
    "여기에 서명해주시고요. 어디로 옮겨드리면 좋을까요?"
    "앗, 여기 테이블에 올려주세요."
    퀵 서비스 배달직원은 사람 키만한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나갔다. 상자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상자에 붙어있는 송장을 확인해보았지만, 보낸 사람은 적혀있지 않았다. 단지 '취급 주의' 스티커가 이곳저곳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이게 뭐지? 누가 보낸 거야?"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누가 보냈을지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봉쥬르곰씨(bonjourgomc)가 보낸 선물은 아닐까? 오늘 참석 못 했으니까 선물만 보냈을 수도 있잖아."
    "맞아. 그런 거겠지. 굳이 퀵 서비스까지 이용해서 보낸 걸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뭔지 궁금하다! 빨리 열어 봐."
    "그래도 보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잖아?"
    의문의 상자를 두고 각자 의견을 내면서 분위기는 소란스러워졌다.
    "음.... 일단 나한테 온 물건이니까. 내가 열어 볼게."
    "그거 자물쇠로 잠겨 있는데?"
    상자의 자물쇠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고들 옹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일 0727을 입력하자 잠금이 해제되었다. 너무나 쉽게 자물쇠는 풀렸지만,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상자의 봉인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




(계속)




[단편소설] 고들 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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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에 등장하는 고유명사, 인명 등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 소설 쓰기 연습 중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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