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손이 되고 싶은 한손

[단편소설] 메아리 (1) 본문

작품 모음집/단편소설

[단편소설] 메아리 (1)

ONEHAND 2018.07.17 13:07

    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마감 시간을 앞둔 칵테일 바에는 신혼생활을 막 시작한 박소담 중사, 최슬기 중위 부부와 마스터뿐이었다. 열혈청년 박 중사는 간호장교 최 중위와 3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부대 내에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기에 동료 부사관들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소식이었다.

    “부대 차려! 존예여신 슬기 님께 경례! 돌격!”
    “목소리 좀 낮춰!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장난하지 말라니까….”
    “뭐 어때? 여기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는걸. 마스터, 안 그래요?”
    부대에서는 씩씩하지만 그와 데이트를 할 때만큼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최 중위였다. 마스터는 젊은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신혼생활을 잠시 떠올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항상 부족했었던 살림살이에 대한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지난 주말에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셨다고 하셨죠? 아직은 좋을 때입니다. 하하.”
    “에이, 부러우십니까?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내무부 장관님께 점수 좀 따시지요!”
    마스터는 그의 말에 잠깐 머뭇거렸지만 이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몇 년 전 사고 이후에 다시는 볼 수 없지만요….”
    “아, 죄송해요. 그런 일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예에, 괜찮습니다. 이제는 마음속에서 많이 지워냈어요. 하하.”
    그것은 쌉쌀한 뒷맛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박 중사는 행복감에 너무 취한 탓에 다른 이도 당연히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어색한 공기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딸랑딸랑’ 마침 칵테일 바의 문이 열리고 젊은 여성이 홀로 들어왔다.

    “여기 아직 영업 중인가요?”
    “마침 마감 시간이 가까워서 정리 중이었습니다. 혹시 30분 정도라도 괜찮으시면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저는 블랙 러시안 한 잔 부탁할게요.”
    그녀는 매장을 둘러보다가 박 중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박 중사는 그녀가 누구인지 곧장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야,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어, 그게 말이지….”
    그녀는 곧장 박 중사의 앞으로 걸어갔다. 밝고 투명한 피부 톤에 긴 머리카락, 하늘거리는 꽃무늬 블라우스에 퀼로트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최 중위가 경계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4년 만에 보는 건가요?”
    그녀는 몹시 당황해하는 박 중사의 옆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아뿔싸! 이 상황은 누가 보기에도 썩 좋지가 않다. 마스터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관계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블랙 러시안을 주문하는 그녀가 누구일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최 중위는 그 궁금증을 참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저기, 누구신가요? 혹시나 옛 애인이라도 되시면 그냥 돌아가 주시겠어요?”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이번에는 그녀가 눈을 좌우로 굴리며 상황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손에 똑같은 반지가 있음을 보고 부부사이임을 짐작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오해를 사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 하하하.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랍니다. 오해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네? 그럼 도대체 왜…. 자기가 먼저 설명해봐!”
    박 중사는 어느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깨뜨려버릴지도 모르는 그녀의 등장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계속)




● 본문에 삽입된 표지는 포천 막걸리체를 사용하여 디자인 되었습니다.

●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 모음집 >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소설] 아재리그 (1)  (0) 2018.09.15
[단편소설] 메아리 에필로그  (0) 2018.07.21
[단편소설] 메아리 (4) (완결)  (0) 2018.07.19
[단편소설] 메아리 (3)  (0) 2018.07.18
[단편소설] 메아리 (2)  (0) 2018.07.18
[단편소설] 메아리 (1)  (0) 2018.07.17
0 Comments
댓글쓰기 폼